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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김치 중국식 표기’, 틀린 표현일까?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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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김치 중국식 표기’, 틀린 표현일까?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7.0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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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넷플릭스 코리아가 오리지널 예능 '슈퍼리치 이방인'에 등장한 한국 고유 김치를 두고 중국어 자막 변역 과정에서 '라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넷플릭스는 김치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라바이차이'는 정말 잘못된 표기일까?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라바이차이'는 절임 배추를 뜻하는 단어로 중국에서 한국식 김치를 칭할 때 사용한다. 중국식 김치는 '파오차이'(泡菜)라고 불린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김치에 대한 중국어 자막에 '파오차이'를 사용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에 '파오차이'를 '라바이차이'로 변경해 중국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로 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수정된 '신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통해 인정한 한국 김치의 중국어 변역이다. 하지만 2021년에 개정된 표기로 정정된지 만 3년이 되지 않았다. 2022년 튀르키예로 변경된 터키의 기존 한국식 표현이 대중들에게 아직 이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인 시청자에게  한국 콘텐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신치'보다는 '라바이차이'가 더 수월하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번역으로 보인다.

김치가 중국어 ‘라바이차이’로 표기된 장면. [사진=넷플릭스 ‘슈퍼 리치 이방인’ 갈무리]
김치가 중국어 ‘라바이차이’로 표기된 장면. [사진=넷플릭스 ‘슈퍼 리치 이방인’ 갈무리]

올해 초에도 농심이 미국 수출용 김치라면에 '라바이차이'를 표기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농심은 표기를 삭제하고 'Kimchi'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라바이차이' 표기에 관한 의견은 학계마다 갈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동북지방 배추절임 음식과 이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표기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중국 실생활에서 한국식 김치를 표현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잘못된 단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치는 한글로는 표현이 가능하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로는 완벽하게 변역하기가 어렵기 때문. 그렇기에 '신치'라는 단어가 개정되기 전까지 '라바이차이'가 사용됐다. 또 한국에서도 베트남의 '포(Pho)'를 쌀국수로, 일본의 '스시(すし)'를 초밥으로, 중국의 '작장면(炸醬麵)'을 짜장면 표현하는 등 대체 가능한 표현으로 순화해 쓰고 있기 때문에 타국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의미만 정확하다면 틀린 표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경덕 교수가 '라바이차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현지 사정보다 중국의 동북 공정에 기반한다. 서경덕 교수는 '라바이차이'를 지적하며 "중국의 '김치 공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큼 이런 상황은 중국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빨리 시정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동북 공정은 중국이 다른 나라, 소수 민족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로 편입하는 역사 왜곡 시도로 중국 정부는 한복, 김치, 태권도 등이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윤동주가 조선족이며 중국 국적의 인물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라바이차이'를 '신치'로 개정한 배경에도 한국의 문화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신치'를 사용하는 것이 알맞다. 즉, '라바이차이'는 틀린 표현이 아닌 수정이 필요한 표현인 것이다.

넷플릭스가 애국가 가사 중 동해 부분을 ‘일본의 바다’를 뜻하는 스페인어 ‘mar del Japon’으로 번역했다. [사진=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갈무리]
넷플릭스가 애국가 가사 중 동해 부분을 ‘일본의 바다’를 뜻하는 스페인어 ‘mar del Japon’으로 번역했다. [사진=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갈무리]

이번 논란에는 넷플릭스의 업보도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 '더 에이트 쇼'를 선보이며 류준열이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스페인어 자막의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뭇매를 맞았다. 2021년에도 '하백의 신부' 프랑스어 자막에 일본해를 적었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글로벌 콘텐츠 영향력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에 기반을 둔 콘텐츠가 국민 정서와 역사에 반하는 표기를 거듭한다는 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소 잃고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는 넷플릭스의 행태가 반복될 수록 국내 시청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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