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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돌고돌아 한국 우슈 역사 새로 쓴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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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돌고돌아 한국 우슈 역사 새로 쓴 김명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4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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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대회 당시 훈련 힘들어 태극마크 반납…인천 대회 앞두고 심기일전 '산타종목 첫 금'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4년을 기다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했을 때는 훈련이 너무 힘들고 싫어 스스로 대표팀을 떠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날의 과오를 깨닫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와 미트를 두드렸고 마침내 금메달을 따넀다.

산타에서 한국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김명진(26·대전체육회)은 24일 인천 강화도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산타 75kg급 결승에서 하미드 레자 라드바르(이란)를 맞아 1라운드를 내주고도 2, 3라운드를 연속해서 따내며 2-1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명진의 금메달은 일단 한국 우슈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멀티 골드'를 땄다는 점이다.

남자 장권에서 이미 이하성(20·서울시청)이 금메달을 가져온 뒤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다.

그러나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우슈는 태극권과 장권 등 투로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가져왔고 겨루기 종목인 산타에서는 금메달이 없었다. 김명진이 바로 우슈 산타 종목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명진에게는 온갖 인생사를 다 경험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 전국체전 5년 연속 결승 진출, 금메달 세차례 '산타 고수'

김명진에게는 4년 전에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훈련이 힘들어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제발로 선수촌을 빠져나왔다.

훈련이 힘들어 대표팀 선수를 그만뒀을 때는 속이 후련할 줄 알았지만 갈수록 후회만 깊어갔다. 너무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마음에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단 한 경기도 보지 않았다. 2011년에는 대표 선발전 겸 회장배 대회에서 3위에 그치면서 대표팀과 인연이 끊겼다.

그래도 그에게는 기본 실력이 있었다. 2010년 전국체육대회 우슈 남자일반부 75kg급 우승과 산타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던 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체전에서 5년 연속 결승까지 올라 우승 세차례와 준우승 두차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던 김명진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심기일전했다. 4년 전의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아시안게임이 가까워지자 국가대표 선수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마음가짐도 생겼다.

대표팀 훈련은 4년 전과 다름없이 힘들었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김귀종(39) 코치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럴수록 더욱 미트를 두들겼다.

김명진은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훈련하면서 코치님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평가전에 들어와서 미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이후 일대일 면담을 했는데 처음에 싫었던 마음에서 존경심이 생겼다. 인정받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매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명진은 "매일 미트를 잡아주고 같이 운동해준 코치님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며 "처음 만났을 때보다 흰머리가 많이 나셨다. 금메달을 따 기쁘게 해드려서 좋다"고 즐거워했다.

◆ 15개씩 3~5분 동안 미트치기, 체력에 자신감

김명진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체력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정도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체력을 키우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 져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라드바르를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도 1라운드를 아쉽게 내줬지만 2, 3라운드에서 이기자고 생각헀고 이것이 적중했다.

김명진은 "미트를 3~5분 동안 15개씩 계속 쳤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자신이 생겼다"며 "코치님도 2라운드가 끝나고 3라운드에 들어가면 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말해줬다. 체력훈련의 효과가 컸다"고 인정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선발전 준비를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선발전을 앞두고 기흉을 앓는 바람에 전혀 운동을 하지 못했던 것. 기흉을 앓은 뒤 3주만 운동하고 나간 선발전에서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더욱 체력과 기량훈련을 한 끝에 금메달이라는 값진 열매를 수확했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우슈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이 되는 것이다. 우슈가 올림픽에 들어가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우슈 선수로서는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꿈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우슈는 모두 금메달과 은메달 2개씩, 동메달 3개 등 7개의 메달을 땄다. 종주국 중국이 15개 금메달 가운데 10개를 가져갔지만 한국은 당당히 종목별 메달 순위 2위에 올랐다. 우슈가 이제는 메달 전략종목이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오랜 방황을 마치고 한국 우슈의 에이스로 우뚝 선 김명진이 있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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