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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신데렐라' 한국 우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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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신데렐라' 한국 우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5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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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우슈 결산] 여성팀 창단, 협회장 공백, 소년체전 입성 등 과제 많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의 신데렐라 종목은 누가 뭐래도 우슈다.

아시안게임 열전이 시작된 지난 20일 오후 내내 포털사이트를 도배한 인기 검색어는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종목 ‘우슈’와 주인공 ‘이하성’이었다. 대회 시작 전 생소한 종목으로 손꼽히는 이 ‘중국 무술’은 단숨에 아시안게임 효자종목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안희만(48) 감독, 박찬대(41) 김귀종(39) 코치가 이끄는 한국 우슈대표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총 7개의 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15개 금메달 가운데 10개를 독식한 종주국 중국(금 10, 은 2)의 뒤를 잇는 호성적이다.

한국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의 메달 수 4개(은 2·동 2)를 훌쩍 뛰어넘으며 중국과 함께 ‘2강’으로 평가받던 이란(금 1,은 2,동 1)을 추월했다.

우슈의 양대 산맥에서 한 명씩 정상에 올랐다. 이하성(20·수원시청)이 투로(표현 종목)에서 12년만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산타(대련 종목)에서도 김명진(26·대전체육회)이 우슈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제는 메달 전략종목이 된 우슈. 아시안게임의 영광 뒤에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한국 우슈의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올스타 지도자 3인방의 연구와 희생, 훈련일수 증가도 한 몫 

▲ 안희만 감독은 "코치들이 열심히 해준 것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사진=스포츠Q DB]

“우리 코치들이 열심히 해줬어요. 또 선수들이 지도자 지시에 묵묵히 따라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희만 감독은 우수한 성적을 올린 비결을 묻자 부드럽게 웃으며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자신을 낮추며 투로의 박찬대 코치와 산타의 김귀종 코치, 힘든 훈련을 불평불만 없이 소화해준 선수들을 치켜세울 뿐이었다.

2008년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그는 한국 우슈의 어려운 시기를 견뎌냈다. 국가대표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충북 청주의 허름한 체육관을 전전하던 대표팀은 이용재 전 대한우슈쿵푸협회장과 안 감독의 노력으로 2012년 태릉선수촌 다목적 체육관으로 입성했다.

겨우 90일에 불과하던 훈련일수도 210일로 늘렸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라는 점을 대한체육회에 꾸준히 호소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2011년 8개, 2013년 10개로 꾸준히 늘리며 경쟁력을 입증해보였다.

▲ 김귀종(오른쪽) 코치는 우수한 지도력으로 한국 우슈 산타 종목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데 기여했다. [사진=스포츠Q DB]

2011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박 코치와 김 코치의 지도력도 한몫했다. 둘은 현역 시절 각 종목에서 한국 우슈를 쌍끌이한 슈퍼스타였다. 박 코치는 세계선수권 6회 우승, 김 코치는 세계선수권 3회 우승의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박 코치는 “우슈는 배움에 끝이 없다. 변화무쌍해 늘 새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지도자. 그는 현역 시절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해 투로가 12년만에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그쳤던 한을 제자 이하성이 20년만에 풀어주자 “내 꿈을 이뤄줘 고맙다”며 감격을 표현했다.

김 코치는 한국체대에서 강의를 병행하는 학구파 지도자다. 태릉의 전문 트레이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신체 활동 전반에 관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김 코치는 “산타는 순간적 감각이므로 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간 늦는다”며 “몸이 먼저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법을 연구하고 이를 지도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 ‘스타 탄생’ 이하성-김명진, 그보다 밝은 것은 젊은 유망주 

이하성은 지난 20일 열린 남자 우슈 장권 종목에서 9.71점을 받아 9.69점의 자루이(마카오), 9.67점의 이치키자키 다이스케(일본)를 제치고 한국 선수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1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양성찬이 남자 태극권 종목 금메달을 딴 이후 12년만에 나온 우슈 금메달리스트였다. 박 코치는 "이하성은 정신력이 강해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실수율이 가장 낮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 이하성과 김명진 말고도 한국 우슈는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유상훈이 그 대표 주자다. [사진=스포츠Q DB]

김명진은 지난 24일 펼쳐진 남자 산타 75kg급 결승에서 하미드 레자 라드바르(이란)를 맞아 1라운드를 내줬지만 2,3라운드를 잡으며 2-1로 역전승, 한국 우슈 산타 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 감독은 “두 선수는 어떠한 주문을 해도 금방 이해하고 열심히 따라주는 선수들”이라며 칭찬했다. 이어 “금메달은 따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한국 우슈의 향후 전망은 밝다. 젊고 우수한 자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간발의 차이로 은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던 투로 이용현(21·충남체육회)과 산타 유상훈(24·영주시청)은 세계 무대에서도 언제든지 정상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 동메달리스트 서희주. 그는 한국 우슈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메달리스트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사진=스포츠Q DB]

동메달을 획득한 투로 서희주(21·광주광역시)와 산타 강영식(26·충북개발공사) 김혜빈(20·양주시)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비록 이번에는 쓴맛을 봤지만 투로 이용문(19·충남체육회) 임성은(24·호원대), 산타 박승모(21·경남체육회) 송선영(18·구미시) 등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소년체전 입성-여성팀 창단-회장 공백 과제로 남아

이제야 비로소 종목의 존재를 알렸다.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마다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도 성적으로 입증해보였다. 하지만 한국 우슈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용문은 향후 투로 종목을 이끌어갈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소년체전 입성이 급선무다. 안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려면 전국체전 외에도 소년체전에 들어가야한다”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선수 수급이 원활해진다.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면 중국도 넘어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팀 창단도 시급한 과제다. 투로의 서희주 임성은 김옥진, 산타의 김혜빈 송선영은 대표팀 소집 기간이 아닐 경우 소속팀이 없어 사설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안 감독은 “실업팀이 전무하다. 여자 선수들은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여자 쪽도 지원만 있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협회장 자리가 비어있는 것도 문제다. 이윤재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불미스런 사건으로 사임한 이후 우슈쿵푸협회는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 한국 우슈가 풀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는 여자 실업팀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진=스포츠Q DB]

안 감독은 “아시안게임이 끝났으니 정상화가 시급하다.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제대로 자리를 잡아주실 분이 필요하다”며 “우슈인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한다. 좋은 성적이 있었으니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안 감독은 “이번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쉴틈 없이 다시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여태껏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아 사기가 올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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